"지원자 000번 입니다" 이름대신 수험번호로 자기소개...농협은행 블라인드 면접현장

입력 2017-11-20 09:48   수정 2017-11-27 09:56




[캠퍼스 잡앤조이=공태윤 기자]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신관 3층. ‘158번’이라 적힌 명찰을 가슴에 단 농협은행 지원자가 면접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명찰엔 이름도 안보였다. 면접진행을 맡은 허승혁 농협은행 인사팀 과장은 “면접장에 들어가서도 이름대신 번호를 밝히고 자기소개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위원도 지원자에게 이름,학교,전공 등 지원자의 스펙과 관련된 정보를 묻지 못하도록 사전교육을 했다고 덧붙였다. 



◆3가지 방식 하룻동안 면접



농협은행의 면접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7일동안 진행됐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통과한 450명의 지원자가 3대1의 경쟁을 했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이날 하룻동안의 면접을 통해 최종 5급 신입사원 150명(일반직·IT직)을 선발하고 있다. 면접방식은 면접위원 5명과 지원자 6명이 다대다로 평가하는 집단면접, 경제이슈·시사상식 주제를 주고 지원자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는 토의면접 그리고 영업점에서 고객을 상대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역할극면접(롤플레잉) 등 세가지다. 



농협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입사지원서에는 생년월일 대신 생일만 적도록 했으며, 경력사항, 사회봉사 그리고 자기소개서로만 구성했다. 허 과장은 “서류심사는 지원서 제출과 동시에 이뤄진 온라인 인성검사와 자기소개서 답변의 진정성만을 보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면접장에서 만난 한 여성지원자는 “나이가 좀 많은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다보니 면접까지 볼 수 있게 됐다”며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다른 지원자는 “필기시험때 40대로 보이는 지원자가 옆자리에 앉아 시험을 치르는 것을 보고 시험감독관인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며 “블라인드 채용의 공정성이 오히려 청년일자리를 뺏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의 올해 논술 필기시험 주제는 △공유경제(공통) △미국 금리인상 리스크 관리방안(선택1) △저출산에 따른 금융권 대응방안(선택2)가 출제됐다.  



면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한시간을 제외하고 계속됐다. 지원자들은 오전 7시30분까지 도착해 면접과 관련된 안내사항을 듣고 면접에 임했다. 서류전형,필기시험을 통과해 면접기회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지만 이날 결시자는 9명에 달했다. 허 과장은 “사흘간 190명 면접 대상자 가운데 20명이 결시했다”며 “평균 10%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다른 기업과 중복합격된 지원자들이 면접일정이 겹쳐 한곳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농협은행측은 면접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온 지원자를 위해 아침식사용 김밥을 제공했고, 점심은 도시락(1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대기장 뒷켠에는 커피, 음료수,빵 등 간식도 비치했다. 



◆11월28일 합격자 발표



6~7명이 한조가 되어 온종일 3개 면접을 같이 수행했다. 이날은 모두 10개조 64명이 면접에 임했다. 모든 면접에는 블라인드 방식이 적용됐다. 한 지원자는 “면접위원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때 다른 기업같으면 ‘이름 000입니다’로 시작했지만, 이곳에선 ‘000번 입니다’로 자신의 수험번호를 이야기하면 자기소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위원들도 개인신상에 대해선 전혀 묻지 않았다고 했다. 면접의 질문은 자소서 바탕의 경험과 경력을 확인하거나, 경제상식이 주된 것이었다. 한 지원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한민국 경제가 어떻게 될까?” “저출산에 대한 대비책은?“ 등의 평이한 질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집단면접은 한조당 50분간 진행됐다. 농협은행측은 면접의 공정성을 위해 집단면접위원 5명 가운데 한명은 외부인사로 위촉했다. 평가는 5명의 평균점수와 토의,역할극 면접을 합산해 결정한다고 했다. 



롤플레잉면접은 지원자가 은행 창구직원이 되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농협은행은 전문 연극 배우를 고용해 지원자를 상대하는 고객의 역할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롤플레잉면접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농협은행이 판매하는 금융상품 1~2개를 미리 숙지해 면접장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권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허 과장은 ”고객의 재무상황, 인적사항 등을 대화를 통해 파악한 후 최적의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롤플레잉 면접의 키 포인트“라고 했다. 소요시간은 15~20분. 다만, IT직군 지원자는 롤플레잉면접 대신 주어진 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면접으로 대체했다. 



토의면접은 두개조(12명)가 주어진 주제에 대해 50분간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면접위원은 지원자들의 발언과 태도,주제에 대한 지식, 적극성,논리성 등을 보고 관찰자로서 평가한다. 주제는 각 조마다 달랐지만 ‘빅데이터를 은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 기존 은행들의 고민이 담긴 문제였다고 응시자들은 말했다. 오후 6시가 되자 마지막 조의 면접이 끝났다. 농협은행측은 지원자에게 면접비 5만원을 지급했다. 농협은행측은 ”지원자의 정보를 알수 없기에 일괄적으로 지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오는 22일까지 면접을 끝낸후 오는 28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합격자들의 연수는 다음달 11일부터 내년 2월2일까지 8주동안 진행된다. 지난 9월말 채용을 시작한 농협은행 5급 신입사원 공채에는 7000여명이 지원해 46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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